
우선, 이 책 자체는 여러 단편 소설을 묶어놓은 책이다.
그 책의 첫번째 소설이자, 김승옥의 대표작, 아니 한국 현대 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는 무진기행을 읽었다. (나머지 소설은 계속 읽는 중)
무진기행, 고등학교 때 지나가듯 이름만 들어본 소설이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엄청난 작품이라고 하여, 사서 읽었다.
읽어보니, 왜 엄청난 작품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작가는 1941년생이고, 1960년대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이 소설도 1960년대에 썼다.
1960년대, 광복 이후 30년이 채 안되었고, 6.25 전쟁이 끝난지 10년 정도 밖에 안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초초초 초창기.
나에게는 까마득히 먼 이야기이다. 70년대 정도부터는 박정희로 대표되는 군부 독재, 경제개발 5개년 같은 이야기를 들어 그나마 익숙한데
60년대라고 하면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 그 시대의 20대 청년 주인공의 마음과 감정이 너무나도 잘 전달이 되는 책이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60년대 - 편지와 전보로 연락하고, 통금이 있으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임에도, 그 시절을 살아간 20대 청년의 방황, 사랑, 후회 같은 감정은 지금과 별 차이가 없기에, 몰입하여 읽었다.
그때 20대, 특히 20대 후반은 사회적으로는지금의 3~40대 정도의 포지션이 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다지 특출나지 않은, 공부 좀 하는 20대 후반 남성들이 세무서 고위직, 중소기업 이사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와는 달리, 그 나이대에 하는 고민과 실수, 미성숙함과 후회 같은 것은 지금과 비슷한 것 같다.
60년대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지금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생각과 고민을 하며.
2026년인 오늘날 무려 60년이 넘은 과거의 삶과 감정을 전달받은 것 같아 너무 신기하였다. 너무나 세련되고 유려한 표현 덕이다.
남주와 여주가 논두렁길을 걸어가는 장면은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 같은 순수함이 느껴지다가도, 뜬금없이 나오는 시체 이야기, 원나잇(!) 이야기 등 장르가 완전히 바뀌는데, 그 흐름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소설이라는 것은 결국 작가가 설정한 어떤 사건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느냐 보다는, 어차피 허구인 소설의 그 사건에 대해 얼마나 감정적 동질감을 느끼면서 작가와 함께 여정을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현대 소설을 쓰라면 김승옥의 소설을 참고해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그냥 아주 평범한 일상을 서술하면서 드러나게 한다면 괜찮은 소설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줄평 : 왜 많은 사람들이 인생 소설로 꼽는지 알게된, 소설 쓰고 싶도록 만드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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