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작년 북서울 IVF 사회문화학교 때 이강일 간사님이 추천해주신 책.


강의 직후 e북을 구입해서 한창 읽다가 한동안 멀리 두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다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완독했다.


나는 중요한 책은 한번 더 읽는 버릇이 있다, 이 책 역시 한번 더 읽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밝히길, 원래는 개관적인 근현대사 책을 쓰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쓰다보니 어느 정도 역사적인 근거를 싣지 않을 수 없어서 결국 개관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논문도 아닌 약간은 애매한 책이 되었다고 밝혔다. 책을 읽다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개론서 치고는 여러 자료들이 많이 인용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문 느낌의 책은 아니다. 이게 바로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을 “반의 반 국가”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반이 되었고, 거기에 아직 과거 일본 세력과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완전한 주권 국가 대한민국, 그러한 우리 나라의 상태를 “반의 반 국가” 라고 표현하고 있다. “반의 반 국가”는 작가가 오늘날 대한민국에 대해 내리는 진단이다.


한국 사회를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볼 때, 저자는 한국의 보수가 “자유” 나 “민주주의” 가 아닌 “반공”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구한말 일본 중심의 개화 세력, 일제 시대 친일 세력, 해방 이후 친미 세력으로 지금까지 계속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공”을 중요시하는 우리 나라 보수 세력 때문에 사회주의 및 진보 세력은 물론, 진짜 참된 보수 – 척화론자, 유생들 – 까지도 제거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독립 우선 보수 세력이 대한민국 건국의 주축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저자는 매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오늘날 한국 보수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두 번째로 읽을 때는, 보수가 왜 친일, 친미, 반공 세력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물론 그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악마라서 보수가 된 것이 아니다. 한국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살길을 도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 친미 세력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그 살길이라는 것이 긴박한 생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극적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일, 친미, 반공의 편에 섰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이 생존 이상의 부, 이익을 취하기 위해 움직여 왔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이익을 여전히 쥐고 있다. 그래서 용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안이 너무 막막하다는 것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다. 사실 국민들이 제대로 투표만 하면 정의의 길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악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박정희는 매우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인물인데, 친일 경력과 좌익 경력을 동시에 보유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선거가 아닌 쿠데타로 되었다. 그런데 이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 소름 돋는다. 누군가가 “나라를 팔아먹어도 새누리당을 지지할 사람들이 35%” 라고 말했는데 너무 무서운 말이다. 그런데 나라 상황을 보면 그 말이 정말인 것 같아서 더 무섭다. 실제로 사람들이 박정희를 좋아하고 박근혜를 지지한다. 이 명백한 사실을 나로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우리 국민 중 다수가 친일파였던 사람, 좌익 경력이 있던 사람,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사람을 존경한다. 그의 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이 사실 앞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더 분명해졌다. 하지만 슬픈 사실은,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오히려 더 막막해졌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지금의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이다.


책 말미에 저자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였지만, 사실 대안이라기 보다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다시 한번 인지 시켜줄 뿐이었다. 결국 실제적으로 무언가를 바꾸려면 투표 밖에는 없는데,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절반이 넘는 이 니라에서 투표로 바뀔 수가 있는지 걱정이 된다.

Posted by sticker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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