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야. 내 니 좋아한다"
"(의미 모를 웃음을 지으며)......"
"오래전 부터 좋아했다"
".....근데 오빠야... 있자나..."
"응 왜?"
"내, 남자 친구 있다."
콰광쾅쾅쾅!!!!!!
정말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사실, 고백을 하기전, 나는 치밀하게 사전조사 및 준비를 했다.
우리는 교회 오빠 동생 사이어서
우리 주위에는 우리의 관계를 관찰(?)하는 눈들이 많았고
그들로부터 (내 딴에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취합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은 티가 너무 나서 대부분 알고 있었고
또한 그녀도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니들 아직도 안사귀고 뭐하노!" 라고 엄청난 확신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날의 고백 자체가 거창한건 아니었지만
그녀도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고백했기에
그녀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나는 오빠를 이성으로 생각해본적 없다, 아직 연애는 부담스럽다 이런 대답이 아니라
남친이 있다니.........
충격적인 대답을 듣고 잠시 멍해있다가
"그.. 그래. 그렇구나" 라고 겨우 말을 했고
그녀가 지금의 남친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말해주었다.
그녀의 남친은 고등학교 때 그녀가 속했던 연합 동아리에서 알게 된 사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동아리를 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녀가 속해있던 동아리에서 하는 발표제에도 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녀가 거기서 남친을 만났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서울에 오면서 그 동아리 선배를 만났고,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를 더 충격에 빠트린건
그 남친이 군인신분..... 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기억한다. 그는 공군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군생활하다가 휴가를 나와서 고백했는데 그대로 사귀었다고 한다.
앞으로 잘 사귀기를 바라며 우리도 계속 친한 오빠 동생사이로 지내자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대학로인가, 어디서 만났다가 집으로 돌아온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멍해져 있던 나는
그동안의 나의 이 과정을 모두 알고 있는, 내가 가장 믿는 대학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형... 저 고백했는데요. 그 애가 남자친구가 있대요"
"OO야, 지금 어디야? 형이 거기로 갈께"
나는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 그 형은 우리 학교에서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나를 위해서 와주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난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욕도 하고 속상해도 하고 그런 감정을 다 털어놓았던 것 같다.
형은 나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다.
뜨거웠던 내 인생 첫번째 짝사랑 사건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고백해서 홀가분했고
원하는 결론에 이르진 못했지만, 차라리 깔끔하게 마무리 된것 같기도 하다.
거기서 만약 그녀가 "나도 내 맘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오빠가 싫은 건 아니다" 이렇게 나왔으면 아마 몇날 몇일을 더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현재 남친 있음" 으로 결론이 나니 더 이상 뭐 미련을 가질 것도 없이 그대로 종료하게 되었고, 그래서 후유증이 덜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형에게 너무 고맙다.
원래부터 신뢰하고 좋아했던 형인데, 그 일을 계기로 형을 거의 신봉(?)하게 되었다ㅎㅎㅎ
실제로 존경할 점이 많고, 정말 좋은 형이다.
20년이 넘은 지금, 그녀보다는 그 형이 더 생각나고 보고 싶다.
사실 카톡에 연락처가 있어서 언제든 연락할 수 있지만ㅎㅎ뭔가 연락하기 어색하네ㅎㅎ
사건은 이렇게 종료가 되었지만, 이 사건을 통해 깨달은 바가 참 많아서
다음 글은 그 깨달음에 대해 한번 정리해보는 내용으로 써봐야겠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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