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고향 집 근처의 카페에서이다.
힙스터인듯 힙스터 아닌듯 한 느낌의 카페에 무심히 쌓여 있던 몇권의 책들 중 하나.
알고 보니 "대도시의 사랑법"의 작가가 쓴 책이다.
소설도, 각색된 드라마나 영화도 보진 않았지만 제목은 알고 있었던 그 책의 작가.
그리고 한강 작가 덕분에 알게된 부커상, 그 부커상의 후보로 올랐던 책을 쓴 작가.
작년 우리 동네 책 행사에 게스트로 왔으나 관심이 없어 그냥 지나쳤던 그 작가의 책이었다.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 동안 프롤로그를 읽었는데
무겁지 않고 술술 읽히는 에세이, 요즘 딱 내가 찾던 스타일의 책이라 바로 주문했다.
그리고 주문한지 2주도 안된 오늘 다 읽었다!!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는 나보다 6살이 어린데, 비슷한 세대라면 비슷한 세대라서 그런지
상당히 공감되고 쉽게 본인의 여행 이야기를 썼다.
어쩌면 그가 여행에서 경험한 것은 특별할 게 없는
나도 어디 여행 가면 겪을만한 평범한 경험들이었다. (이 책의 메인 챕터인 가파도 레지던시는 특별한 경우이지만)
그런 평범함을, 박상영 작가는 맛깔 나는 글로 표현했다.
같은 여행을 해도 영상 편집을 기깔나게 해서 재미있게 표현하는 여행 예능처럼
이 책도 평범할 수 있는 여행을 기깔나는 글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 책을 통해 박상영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책에 등장한 김연수 작가, 송지현 작가의 책도 읽고 싶어졌다.
작가가 갔던 여행지들-유럽, 제주도, 강원도, 여수 밤바다-은
나도 가봤거나, 영상 등을 통해 간접 체험했던 곳들이라 머리 속에서 그림이 아주 잘 그려졌다. (물론 작가의 섬세한 묘사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만화책 보듯 낄낄 거리며 읽다보니 어느새 책 막바지에 다다랐는데, 방심하고 있던 나에게 작가의 한마디가 큰 여운을 남겼다.
"나이가 들수록, 애써 노력하지 않고서는 영원할 줄 알았던 관계도 쉬이 퇴색되기 마련이다. 우리(작가와 친구들)를 단단히 묶어주는 결속력의 중심에는 조하나(작가의 친구 중 하나)의 마음 씀씀이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강한 친구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던 것 같다."
최근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이다. 하필 코로나와 더불어 출산과 육아라는 인생 최대의 과제가 던져졌던 지난 5년이, 또 기가 막히게 40대가 시작되는 타이밍과 맞물리면서, 언제든 연락하면 만날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와 선후배들이 멀어졌다. 한 4~5년을 육아와 이직, 이사, 가족사와 개인사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이제 애들이 좀 크고 한숨을 돌려보니 그제서야 친구들도 멀어지고, "야 뭐하냐?" 하고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한 현실 때문에 우울하게 있다가도, 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 친구들과 당일치기 놀러도 가고, 야밤에 뜬금없이 한강에서 만나기도 한다. 대학시절이라면 매일 매일 누렸던, 이벤트라고 할 수도 없는 만남이, 이제는 많아봐야 한두달에 한번 정도 이루어진다. 예전처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도, 관계도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가도 그런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친구들이 여전히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뜬금 없이 내가 조하나가 되자! 라는 결론을 내리며 책을 덮었다. 노력이 있어야 관계도 지속된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핵인싸인 박상영 작가도 같은 고민과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다.
ps.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박상영 작가의 문체를 흉내내고 있는 것 같다. 유시민 작가가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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