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영 작가가 쓴 "순도 백퍼센트의 휴식" 중에 언급된 본인의 소설.
도서관에서 냉큼 빌렸고, 3일만에 다 읽었다.
우선, 쉽게 읽힌다.
미드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 짧고 쉽고 간결한 문장, 그러면서 소설이 끝날 때 까지 계속 이어가는 긴장과 서스펜스.
자칫하면 삼류 BL물이 될뻔한 소재인데, 작가는 전반적으로 빠르고 날렵한 전개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서서 고민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한 개인의 성찰, 고민을 적절히 언급함으로써
소위 말하는 재미와 의미를 다 잡은, 그런 소설을 써내었다.
만약 황석영이나 공지영, 한강 같은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보고 "이것도 소설이야!"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나와는 궁합이 잘 맞는 소설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동성애라는 소재 자체는 나에게 그닥 매력적이지는 않다. 다만 이 소설이 주는 긴장과 반전은 "이성 간의 사랑"보다는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루었기에 더 효과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때로는 응답하라 시리즈 같이 순수한 청소년 문학 같다가, 갑자기 시체가 나오고ㅎㅎ그러다 19금 묘사가 나오더니, 또 갑자기 마피아 게임처럼 '1004'가 누구인지를 찾게 되는ㅎㅎ
정말 오랫만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가 없는 그런 소설을 읽었다. 아마 그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약 30년 전 읽은 바람의 검심 (만화책)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1차원이 되고 싶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리고 "독서"에 대해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와 소설을 통해, 나는 40년 넘게 나를 옭아왔던 "독서 절대주의 - 만약 책이 잘 안 읽힌다면 그건 너 잘못이야" 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필체, 내가 좋아하는 책이 있는 것이고, 그걸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입시나 자격증, 시험을 위해 내가 읽기 싫은 책을 읽어야 될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건 공부이지 독서는 아니다.
독서는, 나랑 결이 잘 맞는 책을 골라 산책하듯이 읽는 것이다.
읽다가 잘 수도 있고, 밤을 새서 읽을 수도 있는
과제가 숙제가 아닌, 취미생활이자 나를 위한 활동이다.
나이 40이 넘어 이제 겨우 편하게 독서라는 것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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